2025. 10. 19. 10:36ㆍ카테고리 없음

삼성의 새로운 도전, ‘혈액 한 방울로 암 진단’
삼성전자가 암 조기진단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10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생명공학기업 그레일(Grail)에 약 1억1000만 달러(한화 약 1550억 원)를 공동 투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레일은 혈액 내 미세한 DNA 조각을 인공지능(AI) 유전체 데이터 기술로 분석해, 암의 발병 여부와 종양이 발생한 장기 위치까지 예측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은 이번 투자를 통해 암 조기진단 기술뿐 아니라, 이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 플랫폼 확장을 추진하며 인류 건강혁신 프로젝트의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50여 종 암 조기 발견하는 ‘갤러리(Galleri)’
그레일의 대표 제품 ‘갤러리(Galleri)’는 한 번의 혈액검사로 50여 종의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기술로, 글로벌 바이오 업계에서 "미래형 암 진단의 혁명"으로 불린다. 2021년 첫 상용화 후 현재 누적 검사 건수는 약 40만 건에 달한다. 기존에는 췌장암, 난소암, 식도암 등 선별검사가 제공되지 않던 암종도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료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특히 ‘갤러리’는 단순 진단을 넘어 암세포의 조기 돌연변이 신호를 탐지해 암 발생 1~2년 전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와 대규모 임상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내년 미국 FDA 승인 신청을 앞두고 있다.

삼성의 전략적 투자 의도: 기술 확보 + 서비스 혁신
삼성물산은 이번 투자를 통해 한국 내 ‘갤러리 검사’ 독점 유통권을 확보했으며, 향후 일본·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국가로 진출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한발 더 나아가 AI와 헬스케어의 융합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 MX사업부 산하 디지털헬스팀 박헌수 팀장은 “그레일의 임상 데이터와 유전자 분석 기술을 ‘삼성 헬스’ 플랫폼에 접목해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구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스마트워치·웨어러블에서 수집되는 생체 데이터와 유전체 데이터를 통합해, 조기 질병 예측-진단-사후 케어로 이어지는 ‘통합 헬스케어 생태계’를 확립하겠다는 전략이다.

‘AI, 유전자, 바이오’로 이어지는 삼성의 미래 포트폴리오
삼성의 이번 투자는 단순한 금융투자가 아니다. 의료데이터·AI 알고리즘·유전자 진단이라는 세 가지 미래 기술 축을 연결하는 사업 확장 전략이다. 삼성은 이미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젤스(Xealth)’를 인수해 병원과 환자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구축했고, DNA 분석 장비 기업 ‘엘리먼트바이오사이언스(Element Biosciences)’,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 조기진단 기술 기업 ‘C2N’ 등에 잇따라 투자해왔다. 여기에 그레일까지 더해지면서, 삼성은 바이오·AI·헬스케어 통합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실제로 삼성은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는 AI 기반 유전자 진단 시장(716조 원 규모)의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피 한 방울로 암을 막는다”는 기술의 의의
기존 암 진단은 증상이 나타난 뒤 영상장비나 조직검사 등을 이용하는 방식이어서, 진단 시점엔 병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레일의 혈액기반 기술은 ‘리퀴드 바이옵시(Liquid Biopsy)’라 불리는 차세대 진단 방식으로, 환자 부담을 줄이고 의료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 특히 삼성이 이 기술을 삼성 헬스·갤럭시워치 생체 데이터와 결합할 경우, 사용자는 정기 검진을 넘어서 AI 기반 일상 건강 모니터링을 통해 암을 포함한 주요 질환을 사전에 관리하게 된다. 요컨대 “암을 조기 진단”하는 단계를 넘어, “암 자체를 예방”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체계로 진화하는 셈이다.

글로벌 헬스 생태계에서 ‘한국의 손’
이번 투자는 한국 기업이 암 조기진단·바이오 데이터 산업의 핵심 주체로 부상했음을 뜻한다. 동시에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넘어, 생명과학·헬스테크로 산업 경계를 확장하며 미래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물산 김재우 부사장은 “그레일과의 협력은 유전자 정보와 인공지능을 결합한 미래 의료 산업의 전환점”이라며 “한국의 기술력으로 유전체 기반 정밀의학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레일의 다중암 진단 기술과 삼성의 AI·디지털 플랫폼이 결합되면, ‘혈액 한 방울로 암을 진단하고 막는’ 시대는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닌 현실이 된다. 삼성은 이제 반도체 기업을 넘어, 인류 생명을 지키는 AI 바이오 헬스 혁신 기업으로 진화 중이다.